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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8/19 얌전한 칸쵸 국장과 국민장 (2)
  3. 2009/06/23 얌전한 칸쵸 존엄사 문제의 헌법적 쟁점과 간략한 비판론 (1)
  4. 2008/12/18 얌전한 칸쵸 법에도 품격이 있다 (4)

권리의 순위

Random Thoughts/Law Like Love | 2009/11/28 10:51 | 얌전한 칸쵸
서울지변에서 여는 커뮤니티 강연회에 다녀왔다. 이번에 열린 분야는 조세법 분야였고, 이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와 화우의 임승순 변호사께서 강의를 하셨다.

커뮤니티 강연회는 처음 가 보았는데 생각보다 참석한 분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조세법 분야는 한 40여명이 참석했는데, 듣기로는 조세와 공정거래 커뮤니티가 가장 참여도가 높다고 한다. 서울지변 김현 회장이 미국식 변호사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인사말을 하셨는데... 잘 될까 싶기도 하지만 중간 쉬는 시간에 서로 악수하고 명함돌리는 변호사들을 보니 의외로 수요가 상당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커뮤니티 강연회는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다. 전공은 18개 분과로 나뉘는데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하면 되고, 참석 회신문을 보내고 가면 된다. 변호사, 사법연수원 교수와 원생, 수도권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 중요한 걸 빼먹었는데 안내 메일에는 저녁식사는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니 쉬는 시간에 차와 샌드위치를 나눠줬다. -_- 배고플까봐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먹고 들어갔는데;; 뭥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진짜 중요한 건 이런게 아니라;
강연회에서 들은 내용 중 기억에 남는게 있어서 좀 써두려고 한다.

소 변호사의 강연 중 납세자 권리보호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셨다. 시간이 나는대로 세법의 역사에 대해서 한번 정독을 해보고, 또한 국세와 인권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을 해보라고... 그 이유인 즉, 세금문제란게 결국 납세자들의 재산권을 해(害)하는 행위인데 이게 말이 쉽지,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겐 일정한 재산이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진 큰 덩어리의 재산이 생명, 신체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질 수도 있으며, 이번 용산 참사도 그런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설명이었다.

흔히 법을 공부한 사람들은 기본권에 대해서도 도식적인 순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헌법학에서 기본권의 충돌을 해결할 때 방법론적으로 규범조화적 해석을 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 이전에 ① 인간의 존엄성, 생명권 같은 가치 상위에 있는 권리들이 여타 권리에 우선한다는 원칙, ② 인격적, 정신적 가치가 재산적, 경제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원칙, ③ 평등실현을 위한 권리보다는 자유실현을 위한 권리가 우선한다는 원칙 등에 의해 구체적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용산사건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법관의 상식으로는 생명권 > 재산권인데, 오히려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져버린 이 사건은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덕분에 어쩔 줄을 몰라서 1심에서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 변호사님의 말씀처럼 한 권리가 개인에게 가지는 가치는 도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인간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판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개인의 선택을 사회적으로 평가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런 점을 면밀하고 세심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인권은 다수자의 향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상식적인 가치판단과 다른 우열관계를 기초로 행위하였다 하여 그에게 패널티를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납세자 보호와 세법의 역사에서 시작해서 인권과 소수자 보호까지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_-
정리해보면, 법적 사고의 기초는 충돌하는 가치 사이에서의 균형과 조화, 즉 사회적 밸런스를 잡는 일이고, 이를 위해 충돌하는 양자를 비교할 때 그 권리 혹은 가치는 일정한 경향성은 있으나 일률적인 우열관계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구체적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이 때에는 상식을 떠나서 생각을 해 볼 필요도 있다.
마크 트웨인의 이 말을 명심할 것. "당신 자신이 다수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때는 바로 잠시 멈춰 서서 성찰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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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8 10:51 2009/11/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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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남 2009/12/01 22:11

    심한 오펜스를 하던 인상 좋으신 W 교수님을 향해 어쭙잖게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아포리즘을 날리던 그 순간이 떠오르네. 지금 생각해보면 걍 calm down 했어야 했는데. ㅋ. 갑자기 떠올라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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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과 국민장

Random Thoughts/Law Like Love | 2009/08/19 16:50 | 얌전한 칸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러야 할지, 국민장으로 치러야 할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국장·국민장에관한법률(이하 "법")"과 그 시행령(이하 "시행령")이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 노 전대통령의 서거시에 이 법률을 꼼꼼히 살펴 본 일이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해보고, 세간에 잘못 알려지고 있는 부분이 조금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먼저 국장 및 국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① 전·현직 대통령 ②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은 자이다.(법 제3조) 1호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2호는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을 듯 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국장을 치른 인물은 박정희 단 한명이고, 국민장을 지낸 사람은 다음과 같다.

  • 1947년 6월 30일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독립운동가)
  • 1949년 7월 5일 김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 1953년 4월 17일 이시영 (부통령)
  • 1955년 2월 4일 김성수 (부통령)
  • 1956년 5월 5일 신익희 (국회의장)
  • 1960년 2월 15일 조병옥 (야당 당수)
  • 1964년 10월 24일 함태영 (부통령)
  • 1966년 6월 12일 장면 (총리, 부통령)
  • 1969년 8월 1일 장택상 (국회부의장)
  • 1972년 5월 7일 이범석 (국무총리)
  • 1974년 8월 19일 육영수 (대통령 영부인)
  • 1983년 서석준·이범석·김동휘·서상철·함병춘·이계철·김재익·심상우·하동선·이기욱·강인희·김용환·민병석·이재관·한경희·정태진·이중현 (아웅산묘역 폭탄테러사건 희생자)
  • 2006년 10월 26일 최규하 (대통령)
  •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대통령)


위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대통령이었거나 그에 준하는 최고지도자였던 김구, 장면, 최규하, 노무현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물론 훌륭하신 분들이겠으나 국민장 여부를 따진다면 논란이 될수도 있을법한 분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상자 선정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 또한 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법 제3조에서 "주무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직대통령이 결정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를 놓고도 국장이냐 국민장이냐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데 논란이 있을 필요가 없다. 이모씨가 간단히 결정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국장으로.

(덧붙여 한가지 첨언하자면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이 아닌 국민장이 된 것도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 국장·국민장에관한법률이 제정된 것이 67년이다. 법 제정 이후 치러진 국민장 대상자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격이 맞지 않는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지 않느냐고? 최규하 전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으로 제대로 인정할 대한민국 사람이 도대체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셨던 분의 당시 말씀에 따르면, 국장으로 할 경우 현직 대통령이 상주를 맡아야 하는데 살인자가 상주를 맡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것이며, 또한 국장은 국가가 모든 장례절차를 주관하는데 현 정권을 전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셨었다. 하지만 법에선 그렇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약간 착각을 하셨던게 아닌가 싶다.)

나머지 제반 사항들은 간단하게 표로 한번 정리해보자.


국장

항목

국민장

9일 이내

기간

7일 이내

전액 국고보조

장례비용

일부 국고보조

국장기간 전일

조기게양

국민장 당일

국장일 관공서 휴무

기타

-


잘못 알려지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국장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해야하기 때문에 경제에 차질이 생길까봐 국민장으로 할 것을 현 정권이 선호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장일을 임시 공휴일로 해야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법 제6조 제2항에서 국장일에는 관공서는 휴무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이다. 관공서 휴무로 경제에 약간의 차질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공휴일이 되는 게 아닌 이상 일반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장례비용 문제도 큰 고려의 대상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비용이 총 45억원 가량 들었다고 한다. 한데 국민장으로 거행되면서 국고에서 보조된 장례비용은 29억5천만원에 그쳤다. 나머지 15억5천만원 때문에 측근 분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하셨다는데 크게 모자란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도 같다. 일부 공구리안들을 뺀 전 국민들의 조의를 받다보니 발생한 장례비용인데 그것 때문에 유족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아서야 되겠는가.


끝으로 솔직한 내 심경을 말하면 이런 일에 정치적 속셈 때문에 논란이 있어야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다. 장례 격식 여부가 깔끔하게 정리되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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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16:50 2009/08/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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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남 2009/08/20 12:10

    뭐 사람마다 의견은 다르다는 것과 노무현 대통령이 나름 쿨하고 괜찮은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국장 대상자들과 노무현 대통령과는 격이 맞지 않다는 것은..ㅎㅎ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 아닐까?

    이 대통령께서도 나름 고민 많이 하시는 것 같던데...머리 아프시겠지. 자기 지지층에 대한 생각도 있을테구.

    • 얌전한 칸쵸 2009/08/21 10:34

      물론이죠. 심지어 전두환이 성군이었다는 말조차도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그 근거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지겠죠. 제가 격이 다르다고 한 건, 법 제정 이후 국민장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장택상, 이범석, 육영수, 아웅산테러 희생자, 최규하, 이렇잖아요. 법 제3조 제2호에 해당하는 분들인데 이 분들이 현저한 공훈을 남겼는지, 국민의 추앙을 받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확실히 있죠. 국민적 추앙 운운하기엔 저 분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초라한 지경이고요.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제1호의 요건을 갖추어 논란이 없는 인물이죠. 결국 제가 말한 '격'이란게 국장·국민장을 지내기 위한 요건에의 부합도라고 볼 때 서로 다른게 명백합니다.
      노 전 대통령에게 2호의 기준을 갖다댄다면 더 확실히 차이가 나죠. 노 전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하게 단일 선거에서 1200만 명을 넘는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아 본 인물이니까요.

      뭐.. 이것도 제 의견일 뿐 다른 분들께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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